두 번째 이야기. 그래서 어디에 살건데?
시골에서 살아보자고 마음먹은 순간부터는 모든 것이 현실로 구현해야 하는 숙제가 되었다.
물론 우리는 밀린 숙제를 하는 갑갑함이 아니라 마음먹었던 희망을 채워나가는 일로 생각하고 기분좋은 스트레스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 무엇부터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분명 막막한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에 살지를 먼저 정하자고 생각을 모았다.
전원주택에 살자고 마음먹은 것 보다 어디에 정착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큰 숙제였다.
지역을 선택하는 일을 고민할 때 대략 마음에는 이런 부담들이 있엇다.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0. 우리가 가진 돈으로 이사가 가능한 곳
1. 자연환경이 좋은 곳
2. 시골이지만 초등학교 교육환경이 좋은 곳
3.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곳
우리는 이 중에 2번(교육환경)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나머지 것들은 여기에 맞추기로 했다.
애초에 아이들을 시골에서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고민이니 교육환경이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들 교육환경을 고민하는 일에 여러 가지 복잡하고 긴 상황이 있었지만 간단하게 ‘혁신학교로 가자’정도로만 언급하겠다. 또 다른 글에서 학교에 관해 구체적인 얘기를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혁신학교에 대해 한참 알아보던 중 우연히 과거에 십수년전 다큐프로램에서 봤던 곳이 기억이 났고 그곳을 수소문 해나가기 시작했다. 장소가 정해지는 대로 회사도 그만 둘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슬슬 하던 즈음...가까이 지내던 친한 선배가 바로 그 혁신학교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말을 해 주었다. 출퇴근 거리는 조금 늘어나지만 다행히(?) 이직은 하지 않게 되었고, 우린 곧바로 그 다음 주말부터 마치 고고학자라도 된 듯이 그 동네 이곳저곳을 발굴하는 마음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사를 하고 한참 나중에 있엇던 일이지만, 시골의 혁신학교로 이사하는 우리를 두고 알고 지내던 또 다른 한 선배는 ‘강남에 있는 학교로 보내려는 것과 혁신학교로 보내려는 너의 마음은 결국 같은 것 아니냐. 부모 욕심이지’라고 우려반 비꼼반 으로 말한 일이 있었다. 나는 ‘그렇네요. 이것도 욕심이긴 하네요. 근데 방향이 조금 다른 욕심이니 나중에 애들한테 미안하진 않을 것 같아요’라고 가볍지만 단호하게 되돌려 주었다.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느꼈으면 좋겠다’였고,
‘아이들만 행복하면 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부모도 시골생활을 즐기며 행복하게 지내고 그 속에서 아이들도 자연스레 적응하고 행복하게 성장해 갔으면 하는 바람같은 것이었다.
2번(교육환경), 3번(직장)이 동시에 해결되고, 1번(자연환경)은 선택의 여지없이 자동결정.
문제는 ‘돈’ 이었다. 전원주택을 고민하는 대부분이 여기에서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포기한다. ‘그냥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전원주택에 살지 뭐’라고 위안하며 타협!!! 끝!!!
지역마다 땅값 집값은 물론 생활 인프라도 천차만별이니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 도 없고 내가 하는 이야기도 모두에게 적용되기도 힘들겠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안되는 일은 없다는게 평소지론. 분명 몇가지 선택지는 있다. 전세를 알아볼 수 도 있고, 농가주택을 매입해서 수선할 수도 있고, 땅값이 저렴한 지역이라면 땅을 사서 집을 지을 수도 있고, 기존에 있던 주택을 매매해서 들어갈 수도 있다. 의지가 있다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우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우리의 예산에 맞춰 주택이나 전셋집을 먼저 알아보았다.
이 시기만 몇 개월이 걸렸고, 그 몇 개월 동안 원주민들을 통해서 시골생활의 현실과 고충 또 기쁨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나중에 이사를 들어오고 나서도 그 분들과의 네트워크로 더 수월하게 안착할 수도 있었다.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 우린 토지를 매매해서 집을 짓기로 결정했고,
이때부터 10년은 늙는다는 집짓기 준비에 들어갔다.
당장 집짓기 과정을 자세히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는 관계로
마음의 준비를 위해 다음 글에서는 왜 그 많은 선택지 중에 집을 짓기로 했는지에 대해
보따리를 풀어봐야겠다. 매매냐 전세냐, 주택단지냐 그냥 마을이냐...그런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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